Kyoung Min Kim 김경민
B. 1997
그림은 제게 마지막 남은 숨구멍이자 다시 살아갈 이유였습니다.
20대 초반, 내면의 혼란과 상처 속에서 붓을 잡은 순간부터 그림은 저를 회복으로 이끄는 길이 되었고, 이후 삶을 지탱하는 고요한 쉼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림은 저를 위로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삶을 다스리게 한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적점화(積點畫)’라 이름 붙인 저만의 방식으로, 점을 반복해 쌓아가며 감정을 기록합니다.
점 하나하나는 감정의 파편이자 시간의 흔적이며, 쌓이고 이어지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특히 작품 속 세 개의 점은 각각의 상징을 가집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점은 과거와 미래의 감정을, 그리고 그 사이의 흰 점은 그러한 감정을 담아내는 순수한 마음의 자리를 의미합니다.
이 세 점은 단절되지 않고 순환하며,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 안에 스며들고 또 새롭게 다가오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의 작업은 자전적인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감정의 구조와 흐름을 조형적으로 사유하는 시도입니다.
저는 점을 찍으며 제 감정을 다스리지만, 동시에 그 반복 속에서 감정이 지닌 무게와 순환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 그림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내면과 시간, 감정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시각 언어로 확장됩니다.
저는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점을 통해 감정을 다시 불러내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남김으로써,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이 잠시 멈춰 서서
자기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작은 점 하나에서 시작된 제 그림이 누군가의 내면에 가만히 스며들어, 오래 잊고 지낸 감정을 떠올리게 하고,
그 안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